추천할 것 2019. 11. 21. 23:50

커피 애호가들로 넘쳐나는 도시의 현대인은 상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17세기 북유럽을 뒤흔들었던 음료는 다름 아닌 차였다. 네덜란드, 포르투갈이 개척한 무역 항로를 따라 아시아의 신비로운 상품들이 북유럽으로 먼저 소개되었는데 후추, 비단, 도자기 등을 싣고 온 배 안에는 동양의 차도 있었다. 찻잎을 우려내었을 때의 향과 빛깔, 신비로운 느낌으로 퍼지는 찻잎의 모양새는 유럽 사람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던 것 같다. 먼 길을 떠나 구해오는 것이니만큼 차는 귀한 것이라 상당히 비쌌고 주로 귀족들이 즐기는 사치품으로 점점 인기를 더해갔다. 그리고 더 많은 양을 들여오게 되자 일반인들에게까지 전해졌는데 이때의 영향으로 영국 같은 나라에서는 오늘날까지도 차를 즐기는 문화가 선명하게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의 애프터눈 티타임이다. 샌드위치 백작이 간단히 끼니를 때우려는 아이디어로 샌드위치를 만들었듯이 애프터눈 티를 즐기게 된 데에도 사연이 있다고 한다. 1841, 베드포드 가문 7대손의 공작부인이었던 안나 마리아가 그 주인공으로 그녀는 기운이 떨어지는 오후 4~5시 무렵이 되면 하녀에게 다기 세트와 빵, 버터를 쟁반에 담아오게 해 티타임을 가졌다. 당시 영국인들은 하루에 아침과 저녁 두 끼만을 챙겨 먹었기 때문에 베드포드 공작부인은 늦은 오후에 찾아오는 공복감을 달래기 위한 간식과 차를 즐겼던 것이다.

 

 

 

또 이러한 티타임에 이따금 친구들을 초대했고 이내 오후에 함께 차를 마시고 간식을 먹으며 사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이 영국 귀족들 사이에 유행하며 사교적인 행사로 자리잡았다. 작은 안쪽 방이나 침실 옆 휴게 공간에서 가졌던 티타임이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들어서면서 티가운을 입은 채 응접실, 정원에서 차를 마시는 시간으로 변화하기도 했다. 그리고 20세기 초 즈음에는 따뜻하게 조리된 음식이 준비되고 하인들이 둘러 서서 차를 따르고 음악 연주가 함께하는 보다 본격적인 규모의 행사가 되기도 했고 말이다. 이런 문화는 중산층이 모방해 전 계층으로 퍼져나갔고 애프터눈 티 외에도 오후에 마시는 차를 가리키는 말도 여럿이다. 간단히 허기를 달랜다는 리틀 티, 퇴근 후에야 차를 마실 수 있었던 노동자들이 고기 요리나 감자 튀김에 차를 곁들이는 하이 티와 상반된다는 점에서 로 티, 정성스럽게 차를 따라 마시는 풍경을 담아 핸디드 티 등으로 불렸다.

 

 


posted by 아무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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