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가수 안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는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진다. 둘은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다. 헨리가 죽여주는 무대를 하고 왔다고 자랑할 때 안은 무대에서 사람들을 구원했다고 말한다. 사과를 먹는 오페라 배우와 바나나를 먹는 코미디언은 스타로서 둘 다 정점에 섰을 때 만나 불꽃같은 사랑을 나누고 이들 사이에 딸 아네트가 태어난다. 꿈처럼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였다. 승승장구하는 안과 달리 헨리의 인기가 식어가자 불안한 기운이 감돈다. 안은 관계 회복을 위해 헨리와 크루즈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하지만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거대한 폭풍우처럼 잔혹한 운명이다. 어쩌면 영화와 가장 닮은 예술 장르는 사진이 아니라 음악일지도 모른다. '아네트'는 운명과 비극의 선율 아래 음악을 눈으로 보는 영화다. 레오스 카락스는 때로는 무대를 롱테이크로 담아내고 때로는 비현실적인 장치를 사용해서 익숙한 영화언어를 적극적으로 해체해 가지고 논다. 가령 딸 아네트가 내내 인형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뮤지컬 양식과 퍼펫애니메이션의 신선한 조합, 자기 파괴적인 운명과 비극의 서사, 현란한 색채와 감각적인 무대까지 재료 자체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한데 익숙한 요소들이 레오스 카락스의 손을 거쳤을 때 종전에 접하지 못했던 파괴적 에너지가 발생한다. 헨리는 여러모로 레오스 카락스의 그림자가 반영된 초상처럼 보이는데 파멸적인 충동에 시달리는 그의 모습은 예술에 대한 상징으로도 읽힌다.
제74회 칸국제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한 아네트의 표면은 흥미로운 뮤지컬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보아도 충분히 눈과 귀가 즐겁고 집착과 불안을 파헤치는 이야기는 익숙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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