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할 것 2021. 9. 9. 23:05

튀겨진 호떡은 고소 달콤하며 파닥이는 생선에선 바다에 짭짤함을 맡을 수 있고 책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나뭇결 냄새는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고 비 온 땅에서 올라오는 젖은 흙냄새는 상쾌하다. 음식물 쓰레기, 휘발유처럼 역한 냄새부터 방금 설명한 냄새들까지 세상은 냄새로 가득하다. 아쉬운 건 이 냄새를 세분화해서 표현할 수 없단 점이다. 냄새란 독특한 성질이 있어 아무리 잘 표현해도 상대방이 나와 똑같은 냄새를 떠올리게 할 수 없다. 사물은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고 색은 스포이트로 빨아들여 알려줄 수 있고 말은 따라 하고 음악은 입으로 비슷하게 흉내 내 부를 수라도 있을 텐데 향수는 저장이 불가하다. 황진이는 시에서 긴긴밤을 자른 후 겹겹이 말아 베개에 넣었다가 당신이 오실 때마다 조금씩 풀어쓰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내게는 향이 그렇다. 지금 맡은 이 향을 잘라내어 저장했다가 나중에 다시 맡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향이란 쉽게 산화한다. 향수 전문 브랜드 오브뮤트는 '오브+뮤트'라는 뜻을 가진 향수 브랜드이다. 수백의 말 대신 하나의 향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이 브랜드는 향이 가진 특성과도 잘 어울린다. 조용하지만 강렬하다. 그중에서도 '슬리핑 듀'의 주축이 되는 향인 은방울꽃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태양의 신인 아폴론이 그의 아홉 님프를 위해 뿌린 꽃이라고 알려져 있다고 한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부드럽고 향긋한 땅만을 밟으라는 아폴론의 다정함은 현대의 소위 꽃길만 걸으라는 응원 메시지와도 비슷하다. 매일 지치고 피로한 현대인을 요정처럼 대접하는 이 향은 편안하면서도 다정한 향기다. 첫 향은 봄바람 같고 시간이 지나면 서늘한 여름날 나무 그늘 같다. 부드럽게 치는 흰 여울을 바라보는 듯 춥지 않은 눈밭 길을 거니는 듯 몽환적이다.

 

 

 

설명만으로 향이 맡아진다면 좋을 것이다. 향수를 맡고 느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면 말이다. 이 향은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다. 그렇다고 존재감이 흐리지도 않다. 코를 찌르도록 강렬하지 않은 대신 이따금 기분 좋게 맡아진다. 기분 전환을 꾀하기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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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무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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