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키는 뮤지션의 꿈을 좇아 가족 곁을 떠난 뒤 록밴드의 보컬이 되었다. 전남편 피트는 재혼을 했고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으며 리키에게도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 피트로부터 딸 줄리가 이혼 직후 힘들어하니 도와달라는 전화가 온다. 리키는 인디애나폴리스의 가족들을 찾아가지만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던 조쉬, 이제 와서 어머니 행세를 하려는 그녀가 못마땅한 아들 아담, 폐인이 되다시피 한 줄리는 그녀를 환영하지 않는다. '어바웃 리키'는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영화다. 조너선 드미 감독의 '레이첼 결혼하다'를 기억한다면 비슷한 소재에서 출발한 '어바웃 리키'가 실망스러울 수 있다고 한다. 가족 영화의 전형적인 틀을 거의 벗어나지 않아 기시감이 드는 에피소드들이 공식처럼 이어지는 데다 연출도 평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바웃 리키'는 마음을 움직이는 장면들이 있는데 메릴 스트립이 노래를 부르는 순간들이 그렇다. 메릴 스트립은 '어바웃 리키'에서도 거침없는 노래는 물론 기타 연주에서부터 밴드 특유의 친밀한 공기까지 모두 섬세하게 재현해낸다.
메릴 스트립이 스모키 화장을 하고 록음악을 부르며 무대를 장악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할지 고민하던 그녀에게 바텐더가 내뱉은 대사인 '당신 없인 멋진 그림이 나올 수 없어'를 들려주고 싶어진다. 밋밋한 영화의 톤이나 가족의 화해라는 고루한 결말에 초점을 맞춘다면 심드렁하게 영화를 볼 것이고 음악영화로 노선을 바꾼 후반부의 연주 장면들에 집중한다면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메릴 스트립의 변신만으로 추천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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