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은 강아지들이 주인공이다. 버림을 받은 반려견 뭉치가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지만 이곳의 많은 동료들이 그를 보듬는다. 먼저 아픔을 경험한 동료 시추 짱아와 들개 밤이 등을 만난 뭉치는 버려진 개들이 살아남기 위해 확립해간 질서를 하나 둘 터득해 간다.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터치와 한국적인 질감을 살린 색채들이 인상적이다. 평단의 고른 지지를 받은 '언더독'은 애니메이션계의 칸영화제라 불리는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지만 국내 관객들의 주목으로 이어지지 못해 아쉬운 작품이다. 그리고 '배심원들'은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재판을 각색해 영화로 탄생시켰다. 제도 도입을 놓고 갑론을박이 일었던 재판부의 우려와는 달리 '놀라울 만큼 성실하게 참여한 배심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라는 이야기는 홍승완 감독이 시나리오를 발전시키는 데 기폭제가 되었다. 총 8인의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오합지졸 배심원 군단의 오해를 점차 벗어간다. 밀실 스릴러를 방불케 하던 고전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이 떠오르지만 보다 경쾌한 분위기에서 벌이는 '티키타카'는 보다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을 재기 발랄하게 꼬집는다. 판사 김준겸을 통해 전해진 법은 무고한 사람을 처벌하지 않기 위해 있는 거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유열의 음악앨범'이다. 빵집 아르바이트생과 고용인으로 만나 연을 쌓은 현우와 미수가 설렘을 쌓아가고 연인이 된 두 사람은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엇갈림을 반복한다. 당대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유열의 음악앨범'은 생각보다 많은 추억을 선물한다. 이메일과 공중전화는 재차 엇갈리는 이들의 관계를 더더욱 애달프게 조명한다. 유행가가 불러내는 시대의 공기가 잘 담겨있음은 물론이며 거친 자극이 활황하는 영화들 사이에서 지극히 순수한 감정을 들이미는 패기도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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