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할 것 2019. 11. 28. 12:28

나이트클럽이 내부 수리에 들어가자 일자리를 잃게 된 토니는 아는 사람의 소개로 돈의 사무실에 운전기사 면접을 보러 간다. 그런데 이곳에서 우리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장면과 마주한다. 흑인인 돈이 백인인 토니보다 더 높은 의자에 앉아 토니를 내려다보면서 그에게 질문하는 장면이다. 물론 돈은 고용주의 입장이고 토니는 피고용인이기 때문에 고용주가 피고용인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면접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장면은 이미 우리가 사전에 알고 있는 돈의 '품위와 교양을 갖춘' 인물 소개와 전혀 맞지 않는 모습이다. 또한 앞으로의 영화 전개에서 우리가 만나게 될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를 절대로 무시하거나 업신여기지 않는 돈의 모습과도 거리가 멀다. 그리고 토니를 집에 데려다준 돈은 같이 집에 들어가자는 토니의 권유를 뿌리치고 그의 집에 돌아와 사무실의 '보통 의자'에 앉는다. 이때 감독은 영화 초반에서 보여준 '높은 의자'를 다시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토니의 면접을 보던 돈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돈과 토니가 단순한 갑과 을의 그것으로 정리되지 않는다는 점은 '그린 북'을 특별한 버디무비로 만든다. '그린 북'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며 토니 발레롱가의 아들 닉 발레롱가가 각본을 썼다고 한다.

 

 

 

인종분리정책과 짐 크로 법이 존재하던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계급과 신분이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은 콘서트 투어를 위해 맨해튼에서 출발해 미국 남부로 길고 긴 여정을 함께하면서 인종차별로 인한 온갖 끔찍한 일을 겪게 된다. 토니는 미국 사회에서도 백인 권력 집단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하층민이지만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거리낌 없이 주먹을 날릴 수 있다고 한다. 돈 셜리는 함부로 폭력을 휘두를 수 없는 흑인이지만 토니에 비해 엄청난 부를 축적한 아티스트다. 미국 사회에서 두 사람이 갖는 복잡한 위치는 자연스러운 코미디를 만든다.

 

 


posted by 아무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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