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 익스프레스'를 추천한다. 주인공 소년은 산타가 없다는 자료들을 서랍에서 다시 꺼내 확인하며 아쉽고도 불쾌한 마음으로 크리스마스 전날 저녁 잠자리에 든다. 그때 어디선가 굉음이 들리고 집 앞에는 난데없이 폴라 익스프레스가 당도한다. 차장의 권유로 기차에 올라탄 소년은 친구들을 사귀고 열차 위에서 사는 떠돌이도 만난다. 드디어 도착한 산타마을에서 소년은 없다고 믿었던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확인하며 기쁨에 젖는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건너뛰기'를 추천한다. 매년 크리스마스를 성대하게 치르던 루더와 노라 부부는 올해는 지난해 예산의 절반으로 카리브해 크루즈에서 멋진 휴가를 보내겠다고 결심한다. 그들은 매년 해온 기부를 거부하고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조차 하지 않는다. 헴록 스트리트의 사람들은 곧 부부를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그린치와 같은 괴물로 인식해버린다. 부부의 불참으로 인해 지역 신문에서 주최하는 경연대회에서 이길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웃들은 부부에게 '눈사람을 석방하라'라는 이상한 구호를 외치면서 크리스마스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다. 집단 약물이라도 섭취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끈덕지고 집요한 방법으로 말이다.
문제는 페루로 떠났던 딸이 약혼자와 함께 갑자기 귀가하면서부터다. 부부는 딸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크리스마스를 건너뛰려던 본래의 계획을 수정한다. 부부와 이웃은 언제 갈등했냐는 듯 합심해 크리스마스를 급조하기에 이른다. 딸이 좋아하는 히커리 허니햄과 크리스마스트리 공수에 나선 부부는 늦게나마 이웃의 사랑을 알게 되고 여행을 깨끗이 포기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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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해피니스'가 다루는 시대는 눈을 허옇게 뜨고 비감염자를 찾아 목을 물어뜯는 광인병이 발생한다. 경찰특공대원 윤새봄과 강력반 형사 정이현 부부가 낮에는 광인병 환자들의 참상을 목격하고 밤에는 침대에 누워 '결혼식은 해야겠지? 주례는 누가 좋을까?'라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새봄과 이현이 입주한 세양숲 르시엘 아파트가 동일집단 격리에 들어간 후에 봉쇄가 풀릴 때까지 각자 집에 머물라 해도 산책을 하겠다고 역정을 내는 노인이 있고 동대표는 단지 내 시설물 개보수 사업으로 취할 이득을 계산하고 변호사는 입주민 대상으로 영업을 나오기도 한다. 분통이 터질 정도로 이기적인 이들이지만 다들 혼란이 지난 내일을 살 궁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묘한 활기를 느낀다. 소동을 막기 바쁜 새봄과 이현이 야구 배트와 총을 들고 다니지만 이 드라마는 좀비물의 타격감과 거리가 먼 자리에서 종말보다 생존에 가까운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2013년 방영된 JTBC '세계의 끝'은 감염병 대유행에 대처하는 K방역 시스템을 그린 드라마다. 친구끼리 연인끼리 이웃끼리 바이러스를 퍼뜨려 감염자를 늘리고 항체를 가진 사람을 찾던 소름 끼치는 상황은 해피니스에서 유사하게 반복된다.
그리고 해피니스의 광인병은 좀비와 닮았지만 발병 주기가 있고 인격이 있는 인간으로 받아들여진다. 인간과 좀비의 경계를 나누는 고민은 좀비 천지가 된 세상에서 아이를 낳으러 산부인과로 향하는 박하선 주연의 단막극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느린 걸음걸이 때문에 좀비로 오인되는 임산부가 도시를 가로지르는 동안에 병원에서 그를 기다리는 간호사는 좀비가 된 다른 만삭의 임산부를 보며 갈등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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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배경 사극의 화려한 복식을 즐기던 참인데 tvN 드라마 '어사와 조이'를 보다 새롭게 눈이 뜨였다. 극중 양반의 사모관대나 임금의 용포는 빌려 입은 옷처럼 품이 들뜨고 엉성한데 양반 이하 백성들의 의상은 질감과 배색, 몸에 맞춘 핏까지 의상팀의 혼을 털어넣은 티가 역력하다. 왕이 직접 임명하는 비밀 관리인 어사는 임금의 의지와 연결된 직책이나 어사와 조이는 왕에 대한 묘사를 무능한 결재권자로 한정한다. 암행어사가 된 종6품 관리라이언 역시 왕명이고 뭐고 지방 맛집 순례로 어사 임무를 때울 계획이었다. 그런데 고대하던 충청도 짜글이 맛집은 문을 닫았고 김조이가 암행 파트너로 합류하게 된다. 이를 시작으로 탐관오리를 벌하고 억울한 백성을 구제하던 암행어사 이야기는 새로운 목소리를 얻는다. 자신의 행복을 찾겠다고 원님 앞에서 이혼 송사를 치르던 조이를 비롯해 이언이 만나는 백성들은 이미 자신을 구하고 비슷한 처지의 다른 이들을 구하는 중이다. 상단의 노비로 일하던 광순과 풋내기 무당 비령은 어사 이언과 조력을 주고받는 관계이자 조이의 벗이 되는 이들이다. 청나라로 끌려갔다 돌아온 조이의 어머니 덕봉은 속환금을 마련해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여성을 구하는 조직의 수장으로 딸과 재회한다. 천대받는 조선 여성들이 서로 단단하게 의지하는 모습은 이언이 막역지우였던 세자 사망의 진실을 밝히는 전개만큼이나 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홍문관 부수찬으로 기방 출입을 일삼다 어사 발령을 받은 이로 올 초에 종영한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의 성이겸이 있다고 한다. 야망도 없이 미식가와 난봉꾼으로 살아가던 두 어사의 수사 활극을 비교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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