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컨저링' 시리즈가 시작되기 이전에도 워렌 부부는 호러 팬들에게 유명 인사였다. 소위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귀신영화가 나올 때면 그 사건을 맡은 워렌 부부의 이름이 어딘가에 박혀 있거나 극중 캐릭터가 이들을 모델로 하고 있기 마련이었다. 워렌 부부는 20세기 호러물에 지울 수 없는 하나의 틀을 만들었다. 악령에게 시달리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구원해주는 초자연현상 전문가. 이들이 없었어도 이 틀은 존재했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아는 세계에서는 워렌 부부를 통할 수밖에 없었다. 요새 사람들은 이들의 이름을 컨저링 유니버스 영화를 통해 안다. 워렌 부부의 사건 파일에 실린 사건들에 영감을 받아 귀신 나오는 호러 영화를 만드는 건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다. 워렌 부부가 맡은 사건을 영화화하면서 이들의 캐릭터를 실명으로 등장시키는 것도 자연스럽다. 워렌 부부가 보관하고 있는 귀신 들린 인형을 주인공으로 스핀오프를 제작하는 것도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들이 주인공인 유니버스를 만들어 귀신영화를 만드는 건 좀 다른 일이다. 컨저링 영화들의 가장 막강한 무기가 무엇인가. 영화가 그리는 사건이 실화라는 것이 아닌가. 초자연현상을 다룬 이야기를 접할 때 사람들은 어느 정도 융통성 있는 태도를 취하긴 한다. 컨저링 영화의 고정 관객이라고 워렌 부부의 주장을 다 믿는 건 아니다. 전혀 믿지 않는 관객이라도 이 영화를 즐기는 건 가능하다. 영화를 보기 위해 초자연현상에 대해 입장을 가져야 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주연배우들이 실존 인물과 이렇게 밀접한 인간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허구의 이야기로 유니버스를 확장하는 건 어떻게 보아야 할까? 호불호가 갈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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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가수 안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는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진다. 둘은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다. 헨리가 죽여주는 무대를 하고 왔다고 자랑할 때 안은 무대에서 사람들을 구원했다고 말한다. 사과를 먹는 오페라 배우와 바나나를 먹는 코미디언은 스타로서 둘 다 정점에 섰을 때 만나 불꽃같은 사랑을 나누고 이들 사이에 딸 아네트가 태어난다. 꿈처럼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였다. 승승장구하는 안과 달리 헨리의 인기가 식어가자 불안한 기운이 감돈다. 안은 관계 회복을 위해 헨리와 크루즈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하지만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거대한 폭풍우처럼 잔혹한 운명이다. 어쩌면 영화와 가장 닮은 예술 장르는 사진이 아니라 음악일지도 모른다. '아네트'는 운명과 비극의 선율 아래 음악을 눈으로 보는 영화다. 레오스 카락스는 때로는 무대를 롱테이크로 담아내고 때로는 비현실적인 장치를 사용해서 익숙한 영화언어를 적극적으로 해체해 가지고 논다. 가령 딸 아네트가 내내 인형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뮤지컬 양식과 퍼펫애니메이션의 신선한 조합, 자기 파괴적인 운명과 비극의 서사, 현란한 색채와 감각적인 무대까지 재료 자체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한데 익숙한 요소들이 레오스 카락스의 손을 거쳤을 때 종전에 접하지 못했던 파괴적 에너지가 발생한다. 헨리는 여러모로 레오스 카락스의 그림자가 반영된 초상처럼 보이는데 파멸적인 충동에 시달리는 그의 모습은 예술에 대한 상징으로도 읽힌다.
제74회 칸국제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한 아네트의 표면은 흥미로운 뮤지컬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보아도 충분히 눈과 귀가 즐겁고 집착과 불안을 파헤치는 이야기는 익숙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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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 자오 감독의 '이터널스'는 MCU의 26번째 영화이자 페이즈4의 '어벤져스'라고 할 만한 히어로들의 서사시다. 불멸의 이터널스는 7천년 전에 우주선 도모를 타고 지구에 온 순간부터 지구를 사랑한 히어로들이다. 이들의 임무는 기괴한 크리처 데비안츠에게서 인간을 지키는 것이다. 임무를 부여한 이는 그들을 탄생시킨 천상의 존재인 셀레스티얼이다. 이터널스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없기에 공간을 기준 삼아 연대기를 구성하는 뱀파이어처럼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물질을 변화시키는 세르시는 런던에서 박물관 학자가 됐고 손가락에 우주의 기운을 모아 총처럼 쏘는 킹고는 발리우드 배우로 살며 타인을 조종하는 드루이그는 아마존에 소국을 만들었다. 괴력의 소유자 길가메시는 호주 사막에서 정신 건강이 위험해진 테나를 돌보며 살고 있는 것이다. 세르시는 데비안츠의 공세가 심해지자 오랜 연인 이카리스, 소녀처럼 보이는 불멸의 존재 스프라이트와 함께 이터널스를 불러모으기 시작한다. 영화 이터널스의 가장 큰 목표는 새 히어로 공동체를 소개하고 이들만의 가치를 소개하는 것이다. 10인의 히어로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스프라이트와 마카리, 파스토스다.
스프라이트는 무한한 시간이 주어졌을 때 지적 존재가 겪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한다. 마카리는 MCU의 첫 청각장애 히어로, 파스토스는 MCU의 첫 LGBT 히어로다. '노매드랜드'에서 풀숏으로 인간과 자연을 담아냈던 클로이 자오는 인간의 지각 범위를 넘어서는 셀레스티얼을 스크린에 가득 메우고 압도적인 순간을 자신의 인장처럼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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