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뷰티의 '알케미스트 가든 1921'를 추천한다. 구찌 하우스의 100주년을 기념하며 새로운 향수가 나왔다. 구찌 하우스를 상징하는 그린컬러의 투명한 유리보틀에 담긴 알케미스트 가든 1921은 네롤리 꽃향과 버네나 잎의 잔향, 오크모스의 풍성하고 농밀한 향이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계절을 막론하는 젠더리스 향수다. 1921이라는 이름은 1세기 전에 구찌와 함께한 아름다운 도시 피렌체에 헌정한다는 의미를 지녀 더욱 특별하다. 향수를 통해 구찌의 모든 아름다운 기억을 상기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루이 비통의 '스펠 온 유'를 추천한다. 루이 비통의 13번째 여성 향수다. 마치 주문을 건 듯 사람을 이끌리게 하는 매력을 지녔다. 실제로 루이 비통의 수석 조향사는 감정이라는 단어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사실 감정이라는 단어는 본래 '움직이게 하다'는 동사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연인간의 밀고 당기는 짜릿함을 향기로 포착한 거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발견하고 져주는 듯 하다가도 멀어지고 또 다시 이를 반복하는 스릴 넘치는 사랑의 감정이 담긴 것이다. 이것을 붓꽃이라 불리는 아이리스 향기로 표현했는데 아이리스 에센스를 추출하기 위해 6년의 시간을 거쳤다. 강렬하면서도 안정적인 향기다.
그리고 반클리프 아펠의 '꼴렉씨옹 레브 딜랑'을 추천한다. 진귀한 보석을 정교하게 담아내는 럭셔리 하우스 반클리프 아펠의 향수 중에 레브 드 마띠에 라인은 달콤한 꿈의 향기를 모티브로 한다. 레브 딜랑은 가장 고귀한 원료 중 하나를 선택해 그 원료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필리핀 방언으로 '꽃들의 꽃'이라는 뜻을 지닌 일랑일랑은 동남아시아에서 피어난다. 일랑일랑을 증류시키면 꽃잎은 풍성한 과즙과 스파이시한 노트들과 함께 따듯한 빛으로부터 퍼지는 풍성한 향기를 발산한다. 스프레이하는 순간 신선한 카다멈을 시작으로 뒤이어 샤프란의 스파이시한 노트를 첨가한 일랑일랑 에센스로 상상력을 자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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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삶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그가 죽어서도 기록 속에 남아 화자된다. 영화 '파바로티'에서는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오페라 가수로 활동하는 모습,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굉장히 사생활적인 면까지 숨김없이 담았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오페라 실력과 관람객들의 엄청난 환호를 보다보니 과연 그가 살았을 때 그의 오페라를 직접 들을 기회가 있었다면 얼마나 감격스러울지 상상했다. 파바로티의 주인공은 실제 루치아노 파바로티다. 생전 유명 오페라 가수였던 파바로티라서 동영상과 사진 자료가 아주 많이 남아있어서인지 새로운 배우를 써서 영화를 찍는 대신 파바로티의 동영상과 주변인들이 파바로티에 대해 말하는 형식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한 사람의 생애를 다룬 영화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느낌이라 화질이나 음향 면에서 조금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파바로티의 실제 삶에 가장 큰 초점을 맞추었지만 충분히 좋은 기술력을 활용해 영상미있는 영화를 만들 수도 있었을거라 생각해 아쉬운 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분명히 배우가 대본대로 진행하다보면 열정적인 파바로티의 모습보다는 잘생기고 멋있는 유명인만을 보여주었을 것이고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오페라 가수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기 힘들었을 것이다.
주변인들의 파바로티에 대한 기억들과 녹음기가 채 담지 못하는 파바로티의 오페라는 투박하지만 분명 그의 삶을 담는데 조금 더 정확한 기록이 될 것이다.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유명한 오페라 작품으로만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는데 영화로 본 파바로티의 삶은 더욱 다양하고 재밌었다. 그렇기 때문에 추천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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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겨진 호떡은 고소 달콤하며 파닥이는 생선에선 바다에 짭짤함을 맡을 수 있고 책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나뭇결 냄새는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고 비 온 땅에서 올라오는 젖은 흙냄새는 상쾌하다. 음식물 쓰레기, 휘발유처럼 역한 냄새부터 방금 설명한 냄새들까지 세상은 냄새로 가득하다. 아쉬운 건 이 냄새를 세분화해서 표현할 수 없단 점이다. 냄새란 독특한 성질이 있어 아무리 잘 표현해도 상대방이 나와 똑같은 냄새를 떠올리게 할 수 없다. 사물은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고 색은 스포이트로 빨아들여 알려줄 수 있고 말은 따라 하고 음악은 입으로 비슷하게 흉내 내 부를 수라도 있을 텐데 향수는 저장이 불가하다. 황진이는 시에서 긴긴밤을 자른 후 겹겹이 말아 베개에 넣었다가 당신이 오실 때마다 조금씩 풀어쓰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내게는 향이 그렇다. 지금 맡은 이 향을 잘라내어 저장했다가 나중에 다시 맡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향이란 쉽게 산화한다. 향수 전문 브랜드 오브뮤트는 '오브+뮤트'라는 뜻을 가진 향수 브랜드이다. 수백의 말 대신 하나의 향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이 브랜드는 향이 가진 특성과도 잘 어울린다. 조용하지만 강렬하다. 그중에서도 '슬리핑 듀'의 주축이 되는 향인 은방울꽃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태양의 신인 아폴론이 그의 아홉 님프를 위해 뿌린 꽃이라고 알려져 있다고 한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부드럽고 향긋한 땅만을 밟으라는 아폴론의 다정함은 현대의 소위 ‘꽃길만 걸으라’는 응원 메시지와도 비슷하다. 매일 지치고 피로한 현대인을 요정처럼 대접하는 이 향은 편안하면서도 다정한 향기다. 첫 향은 봄바람 같고 시간이 지나면 서늘한 여름날 나무 그늘 같다. 부드럽게 치는 흰 여울을 바라보는 듯 춥지 않은 눈밭 길을 거니는 듯 몽환적이다.
설명만으로 향이 맡아진다면 좋을 것이다. 향수를 맡고 느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면 말이다. 이 향은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다. 그렇다고 존재감이 흐리지도 않다. 코를 찌르도록 강렬하지 않은 대신 이따금 기분 좋게 맡아진다. 기분 전환을 꾀하기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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